내가 싫어하는 인테리어부터 찾아보자
나에게 맞는 인테리어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의외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공간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는 인테리어 사진을 모아놓고 왜 싫은지 하나씩 생각해 보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에 드는 공간이나 가구도 그때그때 기록해 보자.
단순히 ‘예쁘다’, ‘싫다’에서 끝내지 않고 그 이유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사진은 왜 불편하게 느껴질까?’
생각해 보면 단순히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명이 너무 차갑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가구 배치가 답답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어린 시절 머물렀던 어떤 공간과 묘하게 닮아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싫음’의 이유를 한 꺼풀씩 벗겨보는 과정은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취향의 결을 보여준다.
가장 편안했던 공간을 기억해 보자
인테리어에서 사람들이 종종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개인의 기억이다.
어릴 적 지냈던 공간이나 유난히 편안했던 장소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곳에서 어떤 냄새가 났는지, 어떤 빛이 들어왔는지, 바닥의 감촉은 어땠는지, 주변에는 어떤 가구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에게는 외할머니 댁 마루의 서늘한 나무 바닥이 편안함의 기준일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다락방 창문으로 들어오던 오후의 노란 햇볕이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기억은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에서는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것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공간의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언제 가장 컨디션이 좋은가?
집에서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가?
내가 꿈꿔왔던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색을 싫어하는가?
오래된 고전적인 가구가 편안한가?
세련되고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현대적인 공간이 좋은가?
아니면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갖춘 단순한 공간이 편안한가?
어떤 종류의 목재를 좋아하는가?
어떤 마감재에 끌리는가?
평소 관심 있게 보는 인테리어 판매장은 어디인가?
지금까지 가본 호텔이나 레스토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어디였는가?
마음에 드는 가구에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적어 보면 막연했던 취향이 조금씩 구체적인 기준으로 바뀐다.
함께 사는 사람과는 서로의 편안함을 존중하자
혼자 사는 공간이라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오롯이 나의 것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편안함의 기준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 사람은 깔끔하게 비어 있는 공간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물건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은 따뜻한 조명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은 밝고 선명한 조명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모든 것을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추려고 하면 결국 누군가는 자신의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거실이나 주방처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서로의 취향을 적절하게 절충하고, 각자의 방이나 작업 공간만큼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 꾸미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타협이 반드시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또 하나의 설계가 될 수 있다.
인테리어는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나씩 질문을 던지고 답을 쌓아가다 보면 인테리어는 더 이상 막연한 선택의 연속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된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였던 색감 하나, 가구 하나에 대한 선호가 쌓이고 쌓이면 결국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만들어진다.
‘나는 어떤 공간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인가?’
그 답은 유행이나 다른 사람의 취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경험과 기억, 생활 습관과 감각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공간은 반드시 유행하는 공간일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의 집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도 없다.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빛과 색, 내가 좋아하는 재질과 가구, 내가 오래 머물고 싶은 배치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단순히 ‘보기 좋은 집’을 넘어선다.
매일의 피로를 조금 덜어주고,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채워주는 진짜 쉼터가 된다.
집은 계속 변한다
완성된 공간은 한 번 만들어지고 끝나는 결과물이 아니다.
계절이 바뀌고 생활 방식이 달라지면 필요한 공간의 모습도 달라진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변하면서 좋아하는 색이나 가구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한 번 정한 배치나 색감에 너무 오래 얽매일 필요는 없다.
1년에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지금의 나에게 이 공간은 여전히 편안한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나와 가장 잘 맞는 집을 만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결국 좋은 인테리어란 거창한 투자나 완벽한 디자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하나씩 묻고 그 답을 공간에 담아 가는 것.
좋은 집은 남에게 잘 보이는 집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이다.
그리고 그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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