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첫사랑이었던 그 애는 학창 시절 일곱 명이 함께 어울려 다녔다. 그중 네 명이 유독 많은 시간을 함께했는데, 그 이유는 집에 가는 방향과 사는 곳이 서로 그다지 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그녀의 집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 형성되어 있지 않았고, 그저 학교에서부터 무턱대고 따라만 다니는 남자애로만 보였을 때였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방과 후 오락실이나 이곳저곳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먹으러 다니는 곳들을 무작정 따라다니던 날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헤어지고 혼자 남은 그녀가 타는 버스를 따라 타고 그녀의 뒷자리에 앉았다. '집으로 가는 건가?' 하는 추측에 '이제야 집을 알겠구나' 싶어 한껏 들떴었다. 그것도 잠시, 한참을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서서히 졸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른한 공간 속에서 꾸벅꾸벅 졸던 나는 '삐' 하는 뒷문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고, 동시에 눈에 들어온 건 그 애가 내리는 뒷모습이었다. 마치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누가 봐도 그 애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불굴의 모습으로 그 애를 따라 헐레벌떡 버스 뒷문으로 내던져지듯 뛰어내렸고, 잠시 우당탕하는 소란을 주위에 보였다.
주위 모두가 쳐다볼 만큼, 잠에서 덜 깬 한 학생이 거의 구르다시피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은 누구라도 눈길을 줄 만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애써 꿋꿋이 의식하지 않는 척, 그런 나에게 뒷모습만을 보이며 걸어갔다.
생각해 보면, 한참을 졸던 내가 같이 내릴 수 있게 뒷문 앞에서 잠시 서서 내 쪽을 한 번 돌아본 그 모습과, 우당탕 요란하게 따라 내리며 잠에서 덜 깬 내가 중심을 잡을 때까지 천천히 걸어가 준 그 순간을 — 나는 그녀의 집을 알아낸 후 한껏 들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흥얼거리다가 불쑥 떠올렸다. 그날부터 난 숨어서가 아니라 대놓고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대놓고 따라다니는 날들은 많았지만, 무언가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가던 나는 — 학교에서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방학도 함께 시작되는 그날, 우리가 모두 기분이 무척 좋았기에 — 용기 내어 말을 걸었다.
"우리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갈래?" 그때부터 이런 타이밍이란 게, 연애에 있어서나 앞으로의 모든 행동에 있어서나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거라는 깨달음을 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 한 번 용기 내기까지가 어려웠지, 그렇게 낸 용기와 기분 좋은 타이밍, 그리고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모든 걸 헌신하는 한 남자애의 모습은 그 자리에 있던 그녀와, 그녀와 함께하던 친구들에게도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날 이후부터 내 곁에도,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친구를 따로 좋아만 하고 있었던 나에 같은 반 친구들이 하나둘 나와같이 동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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